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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비앙 - 데미알리 / 만우절

[부제 : 돌고 돌아서]

 층이 긴 복도마다 불은 훤했지만 인기척은 드물어서 서서히 밝아지는 창밖과 함께 이른 시간임을 보이고 있었다.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벽에 울리며 싱그러운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이런 복도의 공기를 가르며 하얀 실험복 차림을 한 금발의 소유자가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ALICIA. 하얀 실험복 왼쪽에 박힌 파란 글씨들도 그러한 걸음마다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양팔로 바짝 안고 있던 책들이 무거운 듯 읏차, 하는 소리와 함께 자세를 고쳐 잡은 알리샤가 문을 더듬거리더니 문고리가 손에 닿자 그 문을 있는 힘껏 밀어젖혔다.

“노크는 좀 해라.”

 어라, 누가 있었네? 알리샤는 자신의 눈높이까지 쌓여있는 책 때문에 상대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다만 목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는데, 곧 텁- 하며 책이 덮이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 주인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실험실에 사람이 너밖에 없어? 도와달라고 하던가.”

 순식간에 자신의 눈높이 너머까지 쌓여있던 책들이 사라지며 불쑥 상대의 모습이 나타나자 알리샤가 누구일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깨에 대충 걸친 자켓에 조금은 정리 안 된 붉은 머리카락의 주인. 과 동기로, 같은 학교 출신으로 꽤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데미안이 책을 몇 권 옮겨 받자 그제야 조금은 안정적인 모양새로 품 안에 있던 책을 모조리 내려놓은 알리샤가 물었다.

“다 가고 나 밖에 없었어. 어제 출입카드 놓고 와서 밤에 못 들어왔다면서? 문자를 늦게 확인했지 뭐야. 나 계속 있었는데 그냥 오지 그랬어. 그래서 오늘 빨리 온 거야?”

“쪽지 시험라도 F는 안 되지. 이번엔 나도 과탑에 관심이 생겨서 말이야.”

“오올, 또 라이벌 하나 등장인 거야? 난 또 이렇게 이른 시간인데도 학과실에 누가 와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지. 잠깐 사물함에 뭐 가지러 왔다가 사람도 없는데 불 켜져 있는 거 같아서 들어 와봤어. 그럼 노크 안 한 이유 다 설명 된 거지?”

 그래라?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데미안이 자신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선 읽고 있던 부분을 다시 폈다. 다시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곤 책을 읽는 데미안의 옷을 살피던 알리샤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소리쳤다.

“잠깐만. 너 교복 입은 거야?”

 알리샤의 반응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눈을 밑으로 깔고 자신의 차림을 확인한 데미안이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답했다.

“과톡 못 봤어? 오늘 다 이러고 수업 받기로 했잖아? 시간 되면 고등학교도 가자고 하지 않았어?”

“아, 맞다. 과톡에서 넌 조용해서 안 할 줄 알았더니? 1학년 후배 애들이나 할 줄 알았지, 난.”

“가끔 새내기처럼 노는 것도 필요한 법이지. 학교 몇 개월 더 다녔다고 난 이렇게 같이 놀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당연히 아니지. 데미안의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알리샤가 덧붙였다.

“실은 네가 그거 입고 다닌 게 나야말로 하도 익숙해서 처음엔 뭐가 이상한지 몰랐어. 하긴, 지금 생각해도 합격 발표 날 생각하면 신기하긴 해. 우리 서로 거짓말 하는 줄 알았잖아?”

“그거 만우절에 쳐도 안 믿을 거짓말쯤으로 들렸는데, 진짜로 알고 보니 더 어마어마한 사실이었지. 그건 인정.”

 

 미안이 읽던 책을 내려놓고 옆에 놓아뒀던 가방을 뒤적이더니 찾는 게 없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났다. 곧 알리샤를 지나 문을 열고 나간 데미안이 학과실 정면에 복도에 일렬로 줄 세워져있는 사물함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이름과 알리샤의 이름이 같이 적혀있는 사물함 앞에 멈춰선 데미안이 무언가 생각난 듯 알리샤에게 물었다.

“그리고, 너. 대체 몇 명한테 비밀번호 알려줬어?”

“사물함 비밀번호? 그거야...”

 손가락으로 대충 계산을 시작한 알리샤가 접히는 손가락의 개수가 한 손으로도 끝나지 않자 그러게, 몇 명이었지? 라는 말과 함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가끔 학생회 활동으로 바쁠 때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동기들에게 책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한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둘이 함께 쓰는 사물함의 비밀번호가 과내에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것이었다. 그게 알리샤의 생일이라는 추가 의미까지 함께 따라 붙어서.

“올해는 개별로 사물함 배정 안 해준대? 예산 계획에 없어? 얼른 사물함 분가를 하든가 해야지 이래서 과탑이랑 사물함메이트인 내 사물함 소지품의 안전이 걱정되겠어, 안 되겠어?”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자물쇠의 번호를 정렬한 데미안이 곧 자물쇠를 열고는 사물함의 문을 열었다. 문을 활짝 연 데미안의 행동이 마치 부자연스럽게 끊기듯, 그대로 멈췄다. 한참 조용하던 데미안이 알리샤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알리샤. 우리 학년들 올해도 마니또 같은 거 해?”

“아직 시작 아닌데? 아직 애들한테 파트너 얘기도 안 해줬어.”

“......”

“왜, 먼저 파트너 이야기해 달라고?”

“됐다. 평소에 잘 열지도 않던 건데 왜 오늘, 그것도 너보다 먼저 열었을까 싶네. 나 간다. 곧 학회실 애들 찰 거 같은데 나 동아리실 가니까 애들이 찾으면 그렇게 전해줘.”

 탁, 하고 사물함을 닫은 데미안이 다시 자물쇠를 채우곤 가방을 챙기러 학과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둘 흩어져있던 소지품을 챙기는 데미안을 보던 알리샤가 데미안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알았어. 사물함 비밀번호 바꿀게. 이제 내가 책 챙길게.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런 거 아니고, 됐어. 학생회 활동하느라 바쁜데 내가 도움은 못줄망정 방해는 놓지 말아야지.”

 한 쪽 어깨에 대강 가방을 멘 데미안이 학과실 문 앞을 나가려다 멈춰 서곤 덧붙였다.

“먼저 생기면 이야기 해. 내가 다른 사람 입에서 듣게 하지 말고. 당연히 내기 했으니까 승부는 봐야지 않겠어? 아직도 안 난 게 신기하긴 한데, 솔직히 이제 2년째라 승부 날 때 되긴 한 거 같다. 나 간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미안의 말이 이해가질 않는다는 듯 알리샤가 데미안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둘이서 한 내기라 하면 고등학교 때부터 몇 개고 꽤 있었는데, 대학 와서 건 내기 중 여태껏 승부가 나지 않은 내기는 딱 하나 – 먼저 이성친구 생기는 사람한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식사를 먼저 쏠 것 - 뿐이었다. 이 내기는 과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내기 중 하나였는데 뜬금없이 데미안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리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비밀’ 번호라고 하기 무색한 사물함 자물쇠의 비밀번호. 그리고 2년째 진행 중인 내기.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려던 알리샤가 갑자기 무언가가 심중에 짚인 듯, 학과실에서 나와 사물함을 열었다. 금빛 리본으로 둘러싸인 푸른 선물 상자, 그리고 그 위에 긴 글귀가 쓰여 붙어있는 메모지. 그리고 메모지 맨 시작으로 쓰여 있는 이름, 알리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잠겨있는 사물함임을 고려할 때, 그 상대에게 직접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아니었다면 그것은 상대의 사뭇 예의 없는 행동으로 취급하며 그러한 선물을 몇 번인가 다시 돌려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데미안이 먼저 그런 선물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었다. 양 어깨에 멘 가방끈이 조금씩 흘러내릴 것 같아도 양 손에 든 테이크 아웃 컵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던 알리샤가 대학 건물 앞 계단 위쪽에 쭉 다리를 펴고 앉아있던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아침과는 다르게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한 쪽에 기타케이스를 눕혀 놓은 데미안 또한 그런 알리샤를 발견하고 자신 쪽으로 오는 그녀의 모습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동아리 가려고?”

“응. 가려고 했는데 딱 오네.”

“나랑 말 좀 하다 가. 어차피 오늘 너희 동아리 모임 없는 거 다 알아.”

“나 혼자 연습하러 가는 거야.”

 데미안에 손에 달린 동아리방 키를 빙글빙글 돌리며 답했다. 그니까 나랑 말 좀 해. 알리샤가 자신의 손에 있던 컵 한 잔을 내밀며 덧붙였다.

“이거 네가 안 마시면 버려야 해. 난 써서 못 먹어.”

 말없이 잔을 건내 받은 데미안이 알리샤가 자신의 옆에 앉으려고 하자 불쑥 일어나선 자신이 반을 접어 깔고 앉아있던 종이박스를 펼쳐 자리를 내주었다. 누가 짐을 옮기면서 흘린 거라, 가면서 버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는 말을 덧붙이며.

“대체 흰 치마인데도 조심성이 나보다 없어서 어떡하냐.”

“고마워.”

 호로록, 입으로 소리를 내며 종이박스 위에 앉은 알리샤가 바짝 데미안 옆으로 고쳐 앉으며 계단 앞 도로로 시선을 옮겼다. 다들 무언가 트럭에서 내리느라 복잡한 와중에 알리샤는 데미안이 내민 종이박스의 출처를 금세 알아차렸다.

“네가 그렇게 바라던 새 사물함 온다.”

“저거 우리 대학 사물함이야?”

“그래. 하도 바라던 게 오니까 아주 좋겠네, 내 사물함메이트씨?”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말이 지금 내 눈 앞에 이뤄지고 있는 사물함 하차 설명이라고?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당연히 아니지. 아까 말 나온 내기에 대한 이야기야.”

“결국 오는군. 이제 내기의 승부가 나는 건가?”

 빙빙 돌리고 있던 사물함 키를 텁, 주먹 안에 잡은 데미안이 답했다. 그런 데미안의 반응을 살핀 알리샤가 흠, 하고 숨을 내쉬더니 말을 꺼냈다.

 

“한마디로 정리할 게. 그거 만우절용 뻥이었어.”

“확실히 해. 네가 낚였다는 거야? 내가 낚였다는 거야?”

 내가 널 낚아? 왜? 알리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참 재미있지. 오늘 같은 날은 뭘 말해도 다 용서가 될 것 같으니 말이야. 고백할 용기는 없으면서 일단 날이 날인만큼 말이나 꺼내보자 싶어서 뜬금없이 말해놓고. 그래놓고는 상대 반응 보고는 ‘아님 말고! 장난이었어.’”

“...”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마는 거고. 참 무책임하게 고백하기엔 좋은 날이지 뭐야?”

 알리샤가 얼음이 든 컵을 마구 흔들자 얼음 부딪히는 소리만이 요란했다. 그 잔을 멀찍이 쳐다보고만 있던 데미안이 한 손으로 반대손목을 쳐 하늘로 키를 날려 올리고는, 그대로 떨어지는 키를 정확히 낚아채며 되물었다.

“그래서 내기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이거네?”

 알리샤의 눈썹이 쫑긋 올라가며 데미안에게 묻고 있었다. 너 내기 안 지게 생겨서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얼굴 환해진 거 봐! 못 말려 정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알리샤가 얼음만이 남은 잔을 옆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까 고등학교 간다며. 갔다 왔어?”

“안 갔어. 갈 의욕이 아깐 없어졌었거든.”

“나 이따가 가볼 건데. 같이 갈래? 혼자 가면 재미없어.”

“같이 가자고?”

 응. 알리샤가 대답하자 데미안이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때늦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 시간이면 애들도 하교하고, 넌 교복도 없어서 장난치러 가기엔 좀 늦은 거 같은데?”

“만우절 기념으로 가기 보단, 그냥 가자는 거야. 같이 가자구 그냥. 너랑, 나랑. 맨날 나 실험한다고 너 먼저 가고, 너 동아리 연습한다고 나 먼저 가고. 작년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고, 여기 오기 전만해도... 맨날 같이 하교 했잖아.”

“그거 참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네.”

“옛날이야기지, 뭐.”

 

 모든 사물함이 빼곡히 땅바닥에 정렬한 가운데, 말끔히 빈 화물칸이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트럭을 보며 데미안이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알리샤. 저거 자연대 모든 사물함 바꾸는 거 아니지?”

“아직은? 제일 헌 거부터 바꾸겠지.”

“내가 알기로 우리 과 사물함이 제일 헌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아쉬워?”

“...아니 절대. 아직 분가할 생각 없어. 그냥 비밀번호나 바꿔줘. 이번 일 같은 거 또 당하고 싶진 않아서. 너도 당하기 싫을 거 아냐?”

 ‘분가’란 단어에 피식 알리샤가 웃어보였다. 그런 알리샤의 반응을 살피던 데미안이 깨끗하게 비워진 자신의 잔을 한 번 살피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려놓더니 말을 꺼냈다.

“근데 있잖아.”

“응.”

“우리 왜 내기 했던 거지?”

“그야-”

 로를 알아왔던 시간만큼 모호해진 사이의 경계를 어느 순간 인지했을 때쯤이었을까.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내기를 걸었었다. 한바탕 과동기들과 시끌벅적하게 둘러앉았을 때 내건 내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문이 나면서 캠퍼스 내의 이목을 모조리 끌기도 했었는데, 막상 서로 호기롭게,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걸었던 내기는 주변이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끝을 낼 기미라곤 보이지 않았었다. 어차피 승부를 보려고 내걸었던 내기가 아님을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둘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경계 사이에, 모호해진 선이나마 다시 그어보려고 해서 걸었던 내기,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함을.

“-딱 지금 같은 사이로 남아있길 원해서 그랬던 거겠지. 그 이상은... 생각을 안 해봤잖아.”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

“적어도 오늘 이후의 난, 아닐 것 같아.”

 

 조금은 어색해진 공기에 가방에서 짤막하게 알림음을 남기고 있는 핸드폰을 찾아낸 알리샤가 퍼뜩 시간을 확인하고는 데미안에게 말했다.

“늦었다. 우리 이러다가 고등학교 가도 아무도 못 만나겠는데? 정 안되면 밥 먹으러 가자. 그리고-”

“...”

“그거 위로랍시고 하는 거면 재미없어.”

 알리샤가 가방을 고쳐 메고 옆에 놓아뒀던 빈 잔을 들고 일어나자, 데미안 또한 옆에 눕혀둔 기타 가방을 메고는 깔고 앉아있던 종이 상자를 손에 쥐었다. 알리샤가 폰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아주 축제네 축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만우절 기념 고백들의 축제. 어, 진짜 된 커플도 있나봐. 근데 이거 진짜 동기들 단체로 낚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작년에도 이런 애들 있었잖아! 알리샤가 폰 화면을 데미안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글쎄, 난 별로 관심 없는데. 데미안이 어깨를 으쓱거리곤 하나둘씩 계단을 내려왔다. 데미안이 자신을 뒤따라 내려와선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선 알리샤의 손이 같은 높이에 머물 때 알리샤의 손을 가볍게 감쌌다. 반쯤 깍지를 낀 모양새가 된 손을 내려다본 알리샤는 그 손을 빼지 않고 다만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는데, 곧 알리샤가 설핏 웃어 보이며 꽉 손깍지를 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흐르는 생경한 감각에 한참 말없던 둘 사이의 정적에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늘은 말고. 무책임한 고백으로 보이는 건 나도 싫어.”

“너 진짜-”

“위로용으로 하는 말 아니랬잖아. 솔직히 내기 괜히 걸었다 싶지? 더 돌아왔잖아.”

“....”

“가자.”

 

 가깝게 선 두 사람의 그림자 실루엣 사이는 조그마한 빛의 틈도 허락지 않아서, 붉은 빛의 석양을 받아 저 멀리로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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