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 하마여키네 / 교수와 제자
[부제 : 한 번 더 말해줘(Tell Me One More Time)]
흰색 벽지로 도배가 되어있는 병실 안은 상당히 조용하다 못해 무료했다. 무료한 나머지 포니테일로 묶었던 머리를 푼 그녀는 염동력으로 큐브를 허공에 띄우더니 천천히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창가 바로 옆자리라 그런지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이 서서히 흩날렸다. 허공에 띄운 큐브를 맞추면서 침대 바로 옆 테이블에 놓여있던… 소꿉친구인 제이가 두고 간 강의 요점노트를 펼쳐 보았다. 제이 특유의 단정한 필체가 눈에 띄어 읽는 데 무리는 없었으니까. 염동력으로 맞추기 시작하던 큐브를 잠시 내려두고, 노트와 같이 테이블에 있던 라디오의 재생버튼을 눌렀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에 지루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 음악에 빠져들어 요점 노트를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요점노트를 집중해서 읽어가고 있던 무렵 다쳤던 부위가 상당히 아려왔고, 학교 들어와서도 히어로 노릇을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다친 것 역시 방심해서 그런 것이라며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집중해서 읽고 있을 무렵,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노트를 탁 소리 나게 접고는 문 앞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백발에 어울리는 하얀색의 와이셔츠에 검은빛 넥타이를 매고는 병문안에 어울리는 꽃다발과 새콤달콤을 사들고 넌지시 웃으며 말했다.
“잘 쉬고 계셨습니까. 키네시스?”
“물론이야. 누구 씨가 병실에 처박아놔서 잘 쉬고 있었지.”
약간 살벌한 듯 했지만 곧 키네시스는 노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뒤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백발의 남자는 곧 새콤달콤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자신이 사온 보랏빛의 라벤더가 있는 바구니를 창가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키네시스는 테이블에 놓여진 새콤달콤을 넌지시 쳐다보더니 백발의 남자, 하얀 마법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왠 새콤달콤을 사온거야?”
“이유를 알고 싶습니까?”
꽃바구니를 창가에 놓아둔 뒤 키네시스가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턱을 잡고는 시선을 자신에게로 맞추게 했다. 교수와 제자로 만난 하얀 마법사와 키네시스는 커플이 된 지 2년이 된 아주 오래 된 커플이었기에 처음에는 어색해 했던 키네시스는 이제 하얀 마법사의 이런 행동에 익숙해 진 듯 피식 웃어버렸다.
“설마 내가 알고있는 그런 이유는 아니지?”
하얀 마법사가 그녀의 턱을 잡았던 손을 내려놓은 뒤 테이블에 놓인 새콤달콤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그는 알려주지 않겠다는 듯 그녀에게 넌지시 말을 꺼내보았다.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내기를 하나 하지 않겠나요?”
“내기?”
키네시스의 의문에 하얀 마법사는 새콤달콤을 하나 뜯어 키네시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내기의 종목을 이야기 했다.
“이것을 누가 더 빨리 까먹나 내기하는 겁니다.”
키네시스는 하얀 마법사의 말에 괜한 승부욕이 생긴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키네시스와 하얀 마법사는 동시에 새콤달콤을 껍질째 입에 넣었다. 입을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하얀 마법사는 이미 다 깐 듯 새콤달콤 봉지를 손바닥에 받더니 알맹이를 먹고 있었고, 키네시스는 아직 다 까지 못한 듯 인상을 약하게 찌푸리고 있었다.
“흐응, 힘들어 보이시는군요. 도와줄 수 있습니다만.”
“하, 할 수 있거든!”
도와줄 수 있다는 말에 발끈 해서는 혼자 할 수 있다며 낑낑대며 계속 까먹기를 시도했으나 되지 않자 짜증이 확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얀 마법사는 픽 웃더니 붉은 눈동자를 느릿하게 깜빡이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턱을 잡은 채 입을 맞췄다.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키네시스의 입 안에선 새콤달콤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키네시스에게 아직 전해주지 못한 것이 있어 병실에 들른 제이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인상을 약하게 찌푸리더니 문을 닫은 채 병실 밖에서 기다렸다.
몇 분을 그러고 있었는지 몰랐다. 하얀 마법사의 입술이 떨어지고 새콤달콤 껍데기는 새하얀 이불에 툭 떨어져 있었다. 키네시스의 입가를 타고 흐르는 타액이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가 되었고, 하얀 마법사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말했다.
“키네시스, 저에게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습니까.”
하얀마법사의 말에 얼굴이 화악 붉어지더니 얼굴을 감싸더니, 곧 웅얼거리듯 무언가를 중얼거린 것 같았는데….
“……사랑해.”
하얀 마법사는 그녀의 말에 픽 웃더니 곧 이마에 한 번 더 키스를 해주었고, 키네시스는 속으로 생각해 버렸다. ‘새콤달콤을 혀로 능숙하게 까먹을 줄 알면 키스 잘하는 사람이라던데.’ 제이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라는 생각을.